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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는 어떻게 이슬람을 적으로 만들어내는가

자유주의는 어떻게 이슬람을 적으로 만들어내는가


* 조세프 마사드(Joseph Massad, 미국 콜럼비아 대 교수)의 신간 <Islam in Liberalism>(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5) 서평
* 필자 정보는 맨 아래


오늘날 서구는 자유주의적 가치들의 본고장으로 간주된다. 민주주의 영역에 자리잡은 관용, 여성게이 권리, 자비, 감정이입이 대표적이다. 이슬람은 자유주의가 아닌 다른 것의 위치에 세워진다. 불관용, 여성혐오, 동성애혐오, 잔혹성이 대표적이다. 

조세프 마사드의 신간 <자유주의 속 이슬람>은 이 모든 특질들이 "이슬람에 투영되어 있으며 유럽은 오직 이런 투영을 통해서만 민주주의적이고 관용적이고 여성과 동성애자에게 우호적인 것, 즉 이슬람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마사드의 관심은 자유주의나 이슬람의 계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이 책은 자유주의가 "이슬람"을 단일하고 파악하기 쉬운 실체로 고정한 방식을 탐구하면서 동시에 시기별 이데올로기들도 보여준다. 

냉전 초기와 특히 60년대에 미국은 "지역 및 국제 공산주의에 맞서는 종교적 파트와(*번역자: fatwa, 이슬람 율법에 따른 결정) 공표"를 지지했다. 이 시기에 이슬람은 미국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에 따라 배치되는 하나의 끄나풀이었다. "좋은" 이슬람이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특히 9.11 이후로 이슬람은 흉포하고 사악한 타자로 뒤바뀌었고 "반 테러 전쟁"의 노골적인 타깃이 되었다. 마사드는 자유주의의 우선 가치인 "민주주의"에 대한 서구의 헌신이 서구가 (그 목적을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이슬람만큼이나 유연한 것이라고 쓴다. <자유주의 속 이슬람>의 심장부에는 지식생산에 관한 연구와 자유주의가 어떻게 "스스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슬람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분석이 자리한다. 

총 5개의 장에서 마사드는 자유주의를 정의하는 개념 및 운동의 역사들을 다룬다. 민주주의, 여성 권리, 게이 권리, 정신분석, "유대인" 개념. 이 용어들을 자명한 것으로 접근하지 않고 그것들이 권력과 지배의 역사를 통해 창조되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건 복잡한 작업이 된다.  

이 작업을 이루는 논의 중 하나는 인권 담론의 부상과 그에 평행한 현상인 인터넷 NGO의 부상을 다룬다. "인권"은 보편적 범주로 보기는 매우 힘들며 명백하게도 무언가를 보편화하는 범주이다. 역사학자 사무엘 무안(Moyn)을 인용하면서 마사드는 인권 개념이 1940년대에는 "나라 안의 시민권 정치를 내포"했다면 1970년대에는 "고통받는 나라 밖의 정치"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인권"을 수출하려는 미국의 의지는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게이 권리에 대한 지지가 부족해 보인다며 케냐인들을 비난한 연설들에서 잘 드러난다. 이 같은 선포는 흔히 노골적인 협박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2011년 당시 국무부 장관이던 힐러리 클리턴은 유엔에서 "게이 권리가 곧 인권이고 인권이 곧 게이 권리"라고 보증했으며, 오바마 정부는 "해외원조를 결정할 때 LGBT 권리에 관한 해당 나라의 기록을 고려"하기도 한다. 



여성노동 지우기

국내 사안들로 볼 때 서구의 자유주의는 미국과 유럽 나라들이 이주민 인구를 막거나 통제하고, 또 이주민들이 나머지 인구가 누리는 혜택들에 자격이 없는 집단으로 보이게 하는 데 효과를 높이는 구실을 한다. 이 모든 일은 주변부 인구의 권리를 증진한다는 허울을 뒤집어 쓰고 일어난다. 

자신들의 여성은 근본적으로 무슬림 여성 보다 더 해방되었고 더 자유롭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야만 하는 서구의 필요를 통해 마사드는 서구의 "자아 만들기"가 표출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 한 결과로 서구는 무슬림 이주 여성이 (많은 서구 경제들에 결정적인) 이주 노동자로서 제공하는 노동 관련 문제는 덮어놓은 채 이들을 오직 베일과 같은 문제들만 갖고 묘사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유럽으로 이주해 착취를 당하는 신자유주의적 흐름)는 일군의 문화적 문제들, 말하자면 이주자들이 억지로 서구의 천성이 더 훌륭하다는 서구의 자기인식을 신봉하게 만들어 치유되어야만 하는 "이슬람"의 증상들로 분류된다.
  
반대로 서구에 만연한 여성 대상의 가정폭력은 "문화적" 문제들에 관한 어떠한 당황도 불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이 폭력은 개인이 갖는 병리나 난관에 대한 언어로 번역된다.  

마사드가 보내는 가장 긴요한 요청은 무슬림으로서의 삶과 이슬람교도들을 자유주의적인 기독교도의 이미지 안에서 재창출하려는 의도를 버린 채 "이슬람 세계"의 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자들은 "사회적경제적 요인들, 지리적역사적 요인들 및 행위자들, 그리고 문화를 사회적경제적역사적지리적 요인들 및 행위자들을 생산하고 또 그에 의해 생산되는 어떠한 역동적인 실체로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마사드의 주장이다. 

이 책은 빽빽한 내용과 촘촘한 주장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가장 탁월한 방식으로 가득 메운 정치적지적문화적 우여곡절의 생생한 역사들은 서구 자유주의가 그토록 명백하게 이슬람 담론을 장악하고 이슬람을 반대편의 악로 내세우는 동시에 자기강화를 위해 그러한 프로젝트에 의존할 수 있던 과정을 보여준다. 

<자유주의 속 이슬람>은 국제 문제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자유주의 색채를 입히고자 애쓰는 사람들에 대해 정교한 분석과 비판을 내놓는다.

세계 어디에서나 리버럴 게이 레즈비언은 이스라엘이 게이 권리를 지지하는 나라이며 반대로 팔레스타인인들은 동성애혐오자들이라는 추정 때문에 이스라엘과 이 나라가 자행하는 파괴의 정치를 지지하도록 몰아세워진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 태도는 이스라엘에서 동성애혐오가 만연한 현실은 물론이거니와 팔레스타인계 "게이 난민들"이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박해를 받는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연장선에서 마사드는 팔레스타인의 퀴어 NGO인 alQaws도 비판한다. 이때 마사드는 alQaws가 공개한 "단체 소개"의 기본 서술이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저항한다는 일말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다양성"이라는 자유주의적 관념을 강조하길 택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관건은 자유주의가 지금껏 뿌리를 얼마나 깊게 내렸으며 자유주의의 언어가 모든 면에서 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는지를 검토하는 일이 된다.



"사내다움(Muscularity)"

마사드는 자유주의의 수출이 비서구적 맥락 안에서, 그리고 서구 안에서 어떠한 작동을 했는가를 다룰 때 간혹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 레바논의 LGBT 비정구기구인 Helem을 예로 들며 마사드는 미국이 수출한 1970년대 스타일의 페미니즘이 제3세계의 많은 곳들에서 "지역 사회운동의 기존 전략과 목표를 전환"시켰으며, 또한 지금껏 활동하는 지역 LGBT 단체들은 "1990년대 이후 퀴어이론이 끌어올린 비판점들에 무감각"한 일종의 타임캡슐 안에서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적는다. 

어떠한 지역들에서 이 서술은 진실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유주의가 미국과 유럽의 바깥에서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자유주의의 사내다움(영국의 수상 데이비드 카메론의 소름끼치는 표현을 인용)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NGO 체계는 현대 퀴어이론의 가장 최신 분석기법을 통달하고 또 가장 최첨단의 분석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운영을 맡는다.  

이러한 운영 실태는 퀴어 운동의 NGO화 경향에 맞서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오히려 발전시키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유사한 사례로 미국의 많은 퀴어 연구자 및 활동가는 게이 결혼(합법화)과 같은 자유주의적 대의를 궁극적으로는 신자유주의판 "인권"과 "평등" 의제를 발전시키는 데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결혼(합법화)에 관해 게이 운동이 거둔 승리는 핵가족 모델 바깥으로 가족 구조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 투쟁, 그리고 1980년대 에이즈 위기에서 유래한 보편 의료보험 쟁취를 위한 싸움을 포기하고 희생하면서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받아낸 조건부 항복은 게이들의 "정상" 가족과 핵가족도 보호를 받아야 하며 게이도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결혼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가족만이 혜택의 보증자가 되는 일종의 자원 사유화 체계를 강화한다. 즉 신자유주의의 보증마크와 다름이 없다.

더군다나 현대 비판이론이 적용된 페미니즘이 반드시 국가의 이해관계와 분리된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는 없다. 퀴어 및 초국가 젠더 연구를 전공한 대학졸업자가 미국에서만 매년 수천 명씩 Human Rights Campaign이나 Feminist Majority Foundation 같은 비영리단체네트워크에 입사한다. 모두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여성, 게이, 레즈비언, 여타 소수자들을 위한 "평등" 개념에 헌신하는 단체들이다. 

이 단체 종사자들은 개인적으로는 자신들의 업무를 비판하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이 수십 년간 이어졌음에도 그 단체들이 존재하고 또 번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영리 부문에서 전통적인 자유주의가 행사하는 장악력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마사드의 요청에 유념해 자유주의가 이슬람 타자를 대상으로 계속해서 어떠한 작동을 하는지를 따져보고자 한다면, 우리는 자유주의를 어떠한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권력을 잡기 위해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개조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  

지금껏 살펴본 대로 마사드의 <자유주의 속 이슬람>은 자유주의의 진짜 위험을 이해하기 위해 면밀히 독해되고 또 끝없이 논의되어야 할 대단히 중요한 책이다. 

권리와 개혁을 요구하는 이 온건한 요청들은 자유주의와 그 안의 이슬람이라는 요소가 우리 모두를 영속적인 전쟁과 테러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도 있다.



이 서평을 쓴 야스민 나이르(Yasmin Nair)는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저술가, 연구자, 활동가이다. 그는 (*번역자: 포섭의 정치에 반대하는 퀴어 운동을 표방하는)Against Equality라는 아카이빙발행예술모음 사이트의 공동설립자이자 Gender JUST Chicago의 회원이다. 현재 <Strange Love: Neoliberalism, Affect, and the Invention of Social Justice> 저작작업을 하고 있으며, 기타 작업은 www.yasminnair.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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